
인간은 언어 이전에 색을 인지한다. 신생아는 형태 구분보다 명암과 색 대비에 더 민감하고, 성장 과정에서 ‘따뜻함·차가움·안정·긴장’ 같은 원초적 감각을 색과 연결해 기억한다. 그래서 색은 단순한 시각 속성이 아니라, 감정의 회로와 생리적 반응을 동시에 건드리는 ‘감정의 촉매’이자 ‘기억의 호출 장치’로 작동한다. 미술 치료(art therapy)는 바로 이 지점을 정교하게 활용한다.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트라우마를 색과 형태로 바꾸어 안전하게 꺼내게 하고, 그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기 정서의 ‘톤과 온도’를 외부화하여 조정할 수 있다. 색채심리는 특정 색이 유발하는 평균적 경향(예: 파랑—차분, 빨강—활성화)을 다루지만, 미술 치료는 그 경향을 ‘개인 맥락’ 속에서 재해석한다. 같은 파랑이라..